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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들어 처음으로 6.25전쟁 참전유공자들이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찬과 공연이 이뤄졌고 국군 참전유공자, 유엔군 참전용사 등 182명의 유공자와 가족들이 함께 했습니다.
오늘 오찬에서는 6.25전쟁 당시 프랑스 대대에 배속되어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박동하 선생이 전우들에게 바치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91세의 노병이 눈물로 읽어내려가는 편지를 통해 먼저 떠나간 영웅들을 기립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나의 전우들에게”
어느덧 녹음이 짙어지고 날씨가 더워지는 것을 보니 6월이구나 하는, 매년 이맘때면 6.25전쟁에 참전했던 그해 여름이 떠오른다. 그리고 너희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그러나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 이제 내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 거구나.
얼마 전 우리의 마지막 전투 장소였던 화살머리고지에 다녀왔다. 그곳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피를 흘렸는지, 너무나도 많은 전우들이 이 땅을 지키다가 전사했다.
화살머리고지를 지키기 위해 밤새도록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기억이 나는구나.
전투를 치르고 나면 전우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지 않았지. 전우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어느 날엔가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나서 자리를 비운 사이 포탄이 떨어져 우리 전우들을 한꺼번에 잃은 날이 있었지.
어떤 이는 머리가 없고, 어떤 이는 다리가 없고, 누군가는 배가 터져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날만 생각하면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고 잠을 이를 수가 없었구나.
그런 세월이 흘러 어느덧 67년이 지났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난 최근에 국방부와 함께 화살머리고지에 가서 너희들이 묻혀있을 만한 지점을 확인하고 돌아왔지. 그리고 그 곳에서 유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더라. 67년 내 마음은 아직도 그곳에서 너희들과 함께하고 있다.
여전히 너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구나. 내가 살아나갈 수 있었던 것은 너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냐. 오늘 여기에 나 혼자 청와대에 오게 되어 너희에게 더 미안한 마음은 참을 수가 없다. 함께 왔다면 얼마나 좋았느냐. 죽어서라도 한순간 너희와 다시 만나고 싶구나. 너와 너희들의 후손들은 그곳에 잠들어 있는 너희들을 기억하고, 시체 하나가 없을 때까지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부디 영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