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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찾아뵙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해외 순방 때 많은 동포들을 만났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마음이 듭니다.
때로는 차별을 견디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지난 세월 힘들고 서러운 일도 많지 않았을까, 짐작만으로도 아픔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결코 조국을 잊지 않았습니다.
조국이 못났을 때조차도 조국에 대한 사랑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처럼 별 하나마다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불러보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왔습니다.
재일동포들은 조국으로부터 혜택 받은 것이 없었어도 조국이 위기에 처할 때면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재일동포들의 숭고한 희생은 대한민국 역사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69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조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자 642명의 재일동포 청년들이 포화에 휩싸인 조국을 향했습니다.
자원해서 참전한 재일학도의용군이었습니다.
생업과 학교,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바다 건너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온몸을 던졌습니다.
중동전쟁에 참전하여 세계로부터 애국심을 칭송받았던 해외 거주 이스라엘 유학생들보다 17년이나 앞선 이야기입니다.
그때 참전하신 분들 가운데 지금 생존해 계신 분은 여덟 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몇 분을 꼭 모시려 했는데 모두 건강이 여의치 않으셨습니다.
숭고한 애국심 앞에 각별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재일동포들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에도 큰 몫을 했습니다.
1965년까지 재일동포들은 조국에 2천만 불을 넘게 투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총 수출액이 연간 1억 불이 채 못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1970년 이곳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후원회를 결성해 50만 불의 기금을 모금하고, 한국관 건립을 위해 힘써 준 것도 재일동포들이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는 재일동포들이 100억 엔을 기부해 성공을 도왔습니다.
1997년 몰아닥친 외환위기 당시, 재일동포들이 외화송금운동을 펼쳐 보내준 780억 엔은 대한민국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역사적인 화합의 장이었습니다.
민단과 조총련은 최초로 공동응원단을 구성했고, 하나 된 응원의 함성은 월드컵 4강 신화로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재일동포의 성원이 함께했습니다.
민단을 중심으로 후원금 2억 엔을 모금하고, 응원단을 결성해 평창의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이렇게 재일동포는 조국의 운명과 한시도 떨어져 살지 않았습니다.
민단을 중심으로 조국에 커다란 힘이 되어주신 동포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동포 여러분은 경제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화에도 희생과 헌신으로 함께하셨습니다.
군부 독재시절, 많은 재일동포 청년들이 공안통치를 위해 조작된 간첩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재일 한국 양심수 동우회’가‘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 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초 서울고법에서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에게 34번째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빼앗긴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독재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재일동포 조작간첩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여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동포사회는 지금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민단과 더불어 新정주자(뉴커머), 귀화자, 차세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를 포용하여 공동체의 외연이 넓어지고 역량이 더욱 커지길 기대합니다.
정부도 재일동포사회의 통합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우리 민족교육의 태동지입니다.
오늘 백두학원, 금강학원, 교토국제학원, 코리아국제학원의 교직원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세대를 헌신적으로 길러내고 계신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동포사회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들이 일본 사회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며 당당한 주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민족학교와 민족학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차세대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확대해 동포사회는 물론 한일관계의 발전에 기여할 차세대 인재 육성에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이곳 오사카 인근 지역에는 우리 민족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토로 마을이 있습니다.
우토로는 식민지 시절 강제징용으로 교토군용비행장 건설에 동원되었던 조선인의 집단숙소였습니다.
강제 퇴거의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 양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우토로 주민들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저도 참여정부 시절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에 도움을 주었다 해서 우토로 주민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토로가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재외국민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책무입니다.
지난해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신설했고, 올해는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을 공포했습니다.
특히 지진과 태풍 등 예기치 못한 재난과 사고를 당할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1,500년간 문화와 역사를 교류해 온 가까운 이웃이자 오래된 친구입니다.
우리는 이미 우호와 신뢰에 기반한 교류가 양국의 문화를 꽃피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 양국의 시민단체가 함께 노력하여‘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양국 국민 간의 교류와 만남, 이해와 협력은 한일 양국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명이 넘는 양국의 국민들이 오고 갔습니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제3차 한류붐’이 불고 있습니다.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에 열광하고 있고, 재일동포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오사카 이쿠노구 코리아타운을 찾아 한국의 멋과 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해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의 대중문화와 일본의 맛에 익숙하며 일본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재일동포 1세대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면면히 조국의 문화를 지켜왔기에 일본에서 한류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정부도 여러분이 해 오신 것처럼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내년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성의껏 협력할 것입니다.
또한, 내년 도쿄올림픽에는 남북선수단이 공동으로 입장하고 4개의 종목에서 단일팀이 출전할 예정입니다.
남북 선수단의 하나 된 모습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다시 한 번 평화의 감동으로 채우게 될 것입니다.
재일동포 사회의 단합은 한반도 평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의 평화로 이어지고, 갈등의 시대를 넘어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여러분이 조국을 사랑해 주신 것에 비해 조국은 여러분에게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아픔과 상처가 한순간에 가시지는 않겠지만, 아픔을 조금씩 희망으로 바꾸어 가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은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 저 나라가 바로 내 조국 대한민국이야 여러분이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나라, 삶 속에서 힘이 되는 조국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6월 27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