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U2의 리드보컬이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인도주의 활동가 ‘보노’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아일랜드에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노는 서한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한국의 선도적인 역할에 대해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매우 중요한 시기에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생명을 구하는 리더십에 전 세계가 감사하면서, 또 감명을 받으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일랜드에 대한 의료장비 지원 등을 요청한 뒤 자신이 직접 구매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되거나 재고가 있는 개인보호장비 또는 여타 의료장비, 진단키트 등이 있다면 제가 직접 구입해서 아일랜드에 기증하고 싶다”면서입니다.
최근 아일랜드 매체는 “U2가 아일랜드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1,000만 유로를 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보노는 “현재 아일랜드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통찰력과 지식, 무엇보다 가용한 장비를 나눠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보노는 “다만, 위기 상황에서의 한국의 경험과 리더십을 감안, 최선의 방법에 대한 대통령의 고견을 매우 소중하게 받아들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 뒤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팬이다”라면서 편지를 마무리했습니다.
보노는 추신에서는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제가 만난 정상 중 당면한 업무가 아닌 노래 가사에 대한 언급으로 대화를 시작하신 유일한 분”이라며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청와대에서 보노를 면담한 바 있습니다. 당시 U2는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메운 4만 5,000여 명의 한국 팬들 앞에서 첫 내한 공연을 했습니다. U2는 110회 공연에서 총 1,32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그래미를 총 22회 수상한 밴드입니다.
U2는 특히 마지막 곡 ‘원(One)’을 부를 때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면담에서 문 대통령은 “오프닝 곡으로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 엔딩곡으로 ‘원(One)’을 불렀다고 들었는데, 아주 음악적으로도 훌륭하지만, 한국인들로서는 아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보노의 서한에 대한 답장에서 “우리 내외가 U2의 열성 팬이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청와대 만남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고, 특히 국제 빈곤과 질병퇴치를 위해 애쓰시는 따뜻한 마음에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잘 말씀해 주셨듯이 우리 정부는 수준 높은 방역 역량과 높은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축적된 방역 및 치료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 등 보건 취약 국가 지원을 위한 글로벌 협력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극복한 국민들의 저력을 바탕으로 아일랜드가 이번 코로나19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했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요청한 의료장비 구입 건에 대해서는 우리 관계 당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전 세계적인 평화의 메신저로서 큰 활약을 해 주시기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답장서한을 보노 측에 지난 10일 발송했습니다.
2020년 4월 12일
청와대 대변인 강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