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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와대

한국 천주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 모두발언

2020-08-20
염수정 추기경님, 김희중 주교회의 의장님, 그리고 대주교님, 또 주교님들을 모시게 되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코로나와 집중호우 등으로 매우 바쁜 시간에 귀한 걸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년부터 뵈려던 일정이 오늘에야 성사가 되었습니다. 날짜를 몇 차례 잡았다가 제가 유엔총회에 참석하느라 연기되기도 하고, 또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편안한 상황이 아니어서 좌석 배치가 매우 불편하게 된 것을 양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천주교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왔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어려운 이들과 나눔과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지난해 신안군 흑산성당과 목포 경동성당에 이어 올해 세종 부강성당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천주교 역사와 상생정신을 국가적으로 함께 보존하고 기릴 수 있게 되어서 매우 뜻깊습니다.

천주교는 코로나 극복과 수해 복구에도 국민들께 많은 위로를 주었습니다. 지역감염이 시작된 지난 2월 전국의 가톨릭 교구에서 일제히 미사를 중단하는 큰 결단을 내려주셨고,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사순절과 부활절 행사를 방송으로 대신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셨습니다. 한국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웃의 손을 잡아주시고, 또 수해 피해 지역에 모아주신 성금을 국민들 모두 감사하게 기억할 것입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서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방역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를 함께 성공해 나간다는 것은 그런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OECD 국가 가운데 방역도 경제도 모두 최고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 주신 기적 같은 성과입니다.

그런데 이제 자칫하면 그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방역 상황이 더 악화가 되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또 고용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입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다음 주까지가 고비인데, 이번 주가 특히 중요합니다.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난의 시간에 예수님께서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셨던 기도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국민들 마음이 매우 지치고, 또 짜증도 나고, 심지어는 아주 분노하는 그런 마음들도 많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 주고, 서로의 안전을 위한 연대의 힘이 커지도록 종교 지도자들께서 용기와 기도를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천주교에서는 올해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돌아보며 전국 16개 교구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해 주셨고, 2016년부터 매년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개최하여 평화를 염원해 주셨습니다. ‘빵도 하나 우리도 하나, 한몸’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헌신해 오신 故 장익 주교님의 숭고한 사랑을 되새겨 봅니다.
남북 간 대화와 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데에도 천주교가 늘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년은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최초의 신학생이었던 두 분을 기리며 한국천주교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천주교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셨고, 또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며 정의를 실현해 주셨습니다. 오늘 코로나 위기 극복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지혜로운 말씀을 청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