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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을 이해한다

추천 : 13 vs 비추천 : 1
2019-12-28 22:58:45 작성자 : naver - ***
진중권을 이해한다. 그는 모던보이다. 그는 그만의 이념의 시대를 산다.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은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뉜다. 어쩔 수 없이 한 세력에 속해야만 한다면, 그는 그 세력의 정파여야 한다. 그가 김어준을 비난하는 이유는 그들이 음모론이나 팔아먹는 판타지 세력, 즉 시정잡배이기 때문이다. 엘리트적 관점에서 그들은 질이 낮다. 그들과 같이 한다면 유시민도 그런 존재일 뿐이다.

그는 논객이다. 논리로 싸우는 검객이다. 오직 진검으로 정정당당히 싸운다. 장수에겐 그에 걸맞은 상대가 필요하다. 서로를 인정해줄 훌륭한 상대. 조국 사태에서 조중동은 앞다퉈 진중권을 칭찬했다. “적장이지만 훌륭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칭찬인가. 조조는 관우를 탐했다.

저 하찮은 시정잡배들의 음모론이 진실로 드러나고 그들의 목숨을 건 사투로 세상이 조금씩 변해 가는 건 뒷걸음질 치다 쥐 밟은 격이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훨씬 더 거대하고 현실 너머에 있다. 이념의 세계에 있다. 그 세계에서는 옳고 그름이 매우 분명하다. 현실 정치에서의 양보와 타협은 진보적 신념을 저버린 변명일 뿐이다. 그 이데아의 높은 기준은 아주 작은 실수도, 허점도 용납하지 않는다. 오직 정도만이 있다. 그의 현실을 향한 신랄한 조롱과 비판은 여기서 나온다. 조국은 분명 실패자다.

그는 앞으로도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손에 흙과 피를 묻히는 일은 아랫것들이 하는 일이다. 고결함이야말로 그의 자랑이다. 권위다. 그는 그 스스로의 빛남을, 광휘의 자긍심을 가슴에 품은 정파다. 이론과 수사학으로 무장한 검객이다.

“아니 이제는 감히 내 저작에까지 시비를 걸려고 한다.” “저 무뇌들의 아우성이 시끄럽다.” 그가 쓰는 언어들이다. 감히라는 단어는 말이나 행동이 주제넘을 때 쓰인다. 그에게 이이를 제기하는 건 무뇌들이며 하찮은 존재들이다. 여기서 그가 대중을 바라보는 시선은 모 신문사 사장의 어린 딸이 운전기사에게 내뱉던 험한 말들과 궤를 같이 한다. 모 기업의 총수가 운전기사에게 행했던 폭언과 묘하게 맞닿는다. 당연하다. 그는 진영만 다를 뿐 그들과 정확히 같은 존재다. 대칭으로 균형을 맞추는 존재. 반대 진영의 무장으로서 그 역시도 반드시 엘리트적 선민이어야만 한다.

그는 용맹하다. 화려한 수사로 상대의 말꼬투리를 잡고 장렬히 싸운다. 그게 설령 인신공격성 발언이면 어떠하리. 피식대는 비웃음, 아니꼽다는 표정, 내가 이런 무뇌를 상대해라는 행간을 양 미간에 실어 의미가 배제된 수사들에 섞는다. 현란한 풋워크와 잽으로 헤비급 선수를 쓰러뜨릴 수는 없지만 그 또한 어떠하리. 문제의 핵심, 깊이 있는 사유, 해결점의 제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옳은 존재라는 것, 사유를 하는 존재라는 것, 이런 무장이 이쪽 진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나를 ‘감히’ 건드리지 마라. 나는 진중권이다.

고로, 그는 실수할 수 없는 존재다. 무오류의 존재다. 단 한 번이라도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하는 걸 본 적 있는가? 그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그가 보수의 정파들, 그리고 대한민국 검사님들과도 결을 같이하는 이유다. 이들은 모두 무오류의 존재들이다. 그는 질 수 없기에, 실수할 수 없기에 말꼬리를 잡으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 장렬히 싸울 것이다. 그는 무장이다.

언젠가 이우환 작가의 모작 문제로 미술계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때 이우환 작가는 자신의 모작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보면 안다. 내 호흡과 필법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대단한 자기 확신이 아닌가?나는 정확히 진중권을 떠올린다. 천재의 시대, 니체 이전의 시대, 자기 확신과 선민의 시대, 이념과 계몽의 시대, 그것이 진중권이 사는 시대다. 그는 사라져가는 그 세계의 몇 안 되는 마지막 무장이다. 이데아의 입구를 지키는 케르베로스다. 그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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