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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을 주도하던 조국 전 장관을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후, 기소의 적정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검찰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고 이와 관련된 항명사태도 언론에 보도되었다.
우리나라가 권위주의 시대에서 성숙한 법치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분별한 논쟁은 사회적인 갈등을 증폭시켜 국가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에 기초해 이 문제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 신문보도내용
2020년 1월 20일자 조선일보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보도를 했다:
『20일 자유한국당 김도읍, 곽상도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조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7년 12월 유 전 국장에 대해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한다. 특히 조 전 장관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감찰이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박 전 비서관은 부하 직원들에게 이 같은 취지의 지시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유 전 국장에 대한 감찰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관련 감찰 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유 전 국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을 통해 특감반이 확보한 자료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 측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시간이) 훨씬 지난 다음 다른 자료들과 함께 (파쇄가) 이뤄진 것"이라며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었다.
조 전 장관은 금융위에도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알려주거나 자료를 이첩하지 않았다. 대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통해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청와대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 클리어(clear)됐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고 했을 뿐이었다. 김 전 부위원장이 "비위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했으나 백 전 비서관은 알려주지 않았다.
김 전 부위원장은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만 받고, 유 전 국장의 비위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최 전 위원장은 "청와대 뜻에 따라 즉시 국장급 인사를 준비하고 유 전 국장을 인사 조치하라"고 했다. 최 위원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유 전 국장 비위를 이첩 받았다면, 즉시 감찰해 비위 사실을 확정하고 징계 및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한편 유 전 국장은 2017년 12월 무보직 본부대기로 발령났다. 이후에도 금융위에 ‘해외 파견’을 요구했다. 2018년 1월 더불어민주당 몫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자리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청와대 특감반 감찰까지 받은 유 전 국장을 수석전문위원에 추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김 전 부위원장은 "수석전문위원으로 보내도 되는지" 문의했고, 백 전 비서관은 "민정은 이견(異見)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결국 유 전 국장은 어떤 감찰이나 징계도 받지 않고 2018년 4월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의 권한을 남용해 (유 전 국장에 대해) 단순 인사 조치하라는 방침을 관철하도록 지시해 금융위 관계자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찰, 징계, 인사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보도내용을 보면 사건의 쟁점은 ①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의 권한을 남용해 ②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찰, 징계, 인사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즉, 검찰이 형법상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것이다.
상기 보도 내용 중 부적절하게 보이는 사실들이 있기는 하지만, 형법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처벌할 수 없다.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요건에는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범죄구성요건과 징계요건을 구분해 이 사건을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형법 제123조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①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야 하고, ②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한다. 즉, 우선 ①의 요건을 충족하고 다음에 ②의 요건을 충족해야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요건이라도 성립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 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려면 본인에게 법률상 주어진 권한을 넘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공무원의 권한이 법률상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 지를 파악한 후, 해당 공무원의 행위가 강행규정(强行規定)의 범위를 벗어나면 직권을 남용한 것이 될 수 있다. 즉,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를 위반하면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이 행위자에게 판단의 재량을 부여하고 행위자가 이 재량에 근거해 행위를 했다면 재량행위(裁量行爲)가 되어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정부조직법 및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 제29432호)
정부조직법 제14조(대통령비서실)는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직제 제4조(보조관 및 수석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에 보좌관 및 수석비서관을 두며, 보좌관 및 수석비서관은 정무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 직제 제7조(감찰반) 제2항은 “감찰반의 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처분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리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항은 “그 밖에 감찰반의 구성, 감찰업무의 원칙 및 절차, 업무수행기준 등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 업무분장 규정’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i) 국가사정, 사법관련 정책조정 업무, ii) 공직기강확립 및 부패청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수사의뢰 판단여부는 재량행위
청와대 업무분장 규정에 따르면 민정수석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공직기강확립 및 부패청산업무를 수행하고 감찰반을 지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는 “감찰반의 업무는 강제처분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리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더 나아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수사기관에 의뢰할 것인지를 판단할 최종권한은 부서의 장인 민정수석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비서실직제 제7조가 민정수석에게 수사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재량권(裁量權)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조국 전 민정수석이 수사기관에 문제의 해당 사건을 이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하여 이를 직권남용으로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재량권을 일탈했다면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해 징계는 가능할 것이다.
► 국가공무원법
국가공무원법 제7장(복무)은 국가공무원이 지켜야 할 의무(성실의무,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금지의무, 친절공정의무, 종교중립의무, 비밀엄수의 의무, 청렴의 의무, 품위유지 의무,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정치운동의 금지, 집단행위의 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이 상기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동 법 제10장이 규정한 징계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사람의 권리행사 방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i) 공무원이 강행규정을 위반해 직권남용 행위를 한 것이 입증되어야 하고, 다음에는 ii) 공무원의 직권남용의 결과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찰, 징계, 인사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사람이 아닌 기관이니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금융위원회구성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구성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어야 만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위원회 구성원들의 업무와 권리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본 후, i) 조 전 장관이 이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는지, ii) 아니면 조 전 장관이 이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검토해야 범죄요건의 충족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 금융위원회 소관사무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금융위원회 소관사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금융에 관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사항
2. 금융기관 감독 및 검사ㆍ제재(制裁)에 관한 사항
3. 금융기관의 설립, 합병, 전환, 영업의 양수ㆍ양도 및 경영 등의 인가ㆍ허가에 관한 사항
4. 자본시장의 관리ㆍ감독 및 감시 등에 관한 사항
5. 금융소비자의 보호와 배상 등 피해구제에 관한 사항
6. 금융중심지의 조성 및 발전에 관한 사항
7.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사항에 관련된 법령 및 규정의 제정ㆍ개정 및 폐지에 관한 사항
8. 금융 및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에 관한 양자 간 협상, 다자 간 협상 및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
9.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에 관한 사항
10.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금융위원회의 소관으로 규정한 사항
따라서 금융위원회 구성원들은 상기 법률에 따른 업무를 수행할 권리가 있다.
► 의무 없는 일 / 권리행사 방해
조 전 장관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인사조치로 종결하기로 판단한 것은 금융위원회 구성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금융위원회 구성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아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구성원들은 상기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려면 조 전 장관이 금융위원회 구성원들의 상기 법률에 열거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인사조치를 하기로 판단한 것은, 상기 법률 제17조에 규정된 금융위원회 구성원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고, 따라서 권리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소속공무원에게 징계를 하기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금융위원회 구성원의 징계권리를 방해했다는 논리는 빈약하다. 5급 이상의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국무총리실 소관 중앙징계위원에서 처리한다.
► 범죄구성요건 미비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으로서 법에 규정된 재량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첫 번째 범죄구성요건인 직권남용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조 전 장관은 금융위원회 구성원들의 소관사무 권리행사를 방해한 사실이 없어 두 번째 범죄구성요건도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검찰의 조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죄 기소는 법적인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법률해석의 필요성
우리나라 형법은 매우 간단한 형태로 추상적으로 기술이 되어 있어, 개개의 사건에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즉,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가능한 법률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 보니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불합리한 법률해석을 통해 무리한 법집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결과 사회불신이 증폭되게 된다.
예를 들어, 공무원 甲이 상사인 공무원 乙에게 공개적으로 욕설을 했고 이 사실이 기관장에게 알려졌다고 가정하자.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甲은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기관장은 甲에게 훈계조치만 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기관장은 징계위원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으니 직권남용죄로 처벌을 받아야 할까? 물론 아니다.
욕설을 한 것이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정도의 사안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기관장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기관장이 반드시 징계에 회부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면 부작위(不作爲)에 해당이 되어 직무유기가 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직권남용은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죄 기소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결어
법률가는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법률가가 많아야 사회가 안정되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검사의 숫자는 약 2천명 정도이고 경찰의 숫자는 약 1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이 주어지면 대형 로펌에 집중되어 있던 형사사건들이 일반 변호사들에게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사회가 맑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