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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미국에 대한 처절한 외교 실패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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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20:35:51작성자 : kakao - ***
미국이 대체 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지했을 지 정부와 외교부는 곰곰히 잘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흔히들 미국은 일본을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지켜야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인식한다고 하지만, 그걸 놔두고라도 이번 사태는 한국이 포지션을 스스로 불리하게 가져간 부분이 큽니다. 미국 민주당 정부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을 무조건 편들어주진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미국만을 비판하는 것은 외교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태평양에 방류하면 해류타고 한국보다 미국 서부연안에 먼저 도착한다는 건 모를리가 없겠죠. 물론 미국이 친환경 대체에너지 확보 차원이라며 원전 개발에 힘쓰고 있으니 그 안전성을 합리화하고 싶은 생각도 없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오염수의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하고 주변국들이 반대할 것도 뻔히 알면서 일본을 대놓고 편들어 주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일본은 확실한 동맹이라 이런 일을 벌여도 미국이 자신들의 대외적인 안보 이익을 위해 편들어 줄 수 있다는 걸 국제사회에 각인시켜주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가장 큰 청자는 한국일테고요. 일본은 쿼드 같은 것도 만드는 반면, 한국은 말은 동맹이라면서 계산기만 두드려온 걸로 보일겁니다. (그것도 좋게 봐서 계산기지, 국가적 정체성을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동맹은 전쟁이 났을 때 같이 싸워주니까 동맹입니다. 지금 이 상황은 총성없는 전쟁인데 한국은 미국을 편들어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동맹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요?
미중 갈등을 그 양국간의 권력다툼이라고만 보는 관점들이 있는데 거기에는 상당한 맹점이 있습니다. 중국은 궁극적으로는 민주정권들만 정상적인 국제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2차세계대전 이후의 세계구도 자체를 무너뜨리고 싶은 겁니다. 공산당 독재를 하고 언론 탄압을 하고 시민들 구금해도 국제사회가 아무 비판도 하지 않는 세상이요. 중국은 여기서 더 경제발전을 하려면 개방을 안할 수 없고, 개방을 하자니 공산당 독재 체제가 무너질 위험에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니 배수의 진을 치고 서구 및 민주국가 전체를 대적해서 싸우는 겁니다. 그럼 그 싸움에서 혹여 중국이 이기면 어떻게 될까요? 국민의 선거권,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적 가치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대놓고 주장하는 세상이 될겁니다.
(참고: The Economist, "China is betting that the West is in irreversible decline"
https://econ.st/2RDtnNd)
현재의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걸고 그런 그들의 가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동의하나요? 한국 정부가 말하는 "사상과 표현의 다양성" 중에 비민주적 일당독재도 포함이 되는지요? 그게 아니라면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사태의 본질을 못보고 중국의 시장적 가치밖에 못보는 겁니다. 그러나 단순히 미국/중국 중 이기는 편 우리편이라고 편하게 강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더 이상 남의 싸움도 아닙니다. 대만과 홍콩과 미얀마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 중국이 이 정도의 세력으로도 민주국가들을 하나씩 무력화시키는데 더 커지면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여전히 미국만의 일인데 끼고 싶지 않죠, 그쵸?
그런데 중국이 아무리 커져본들 태평양 건너 미국 영토를 침범하는게 쉬울까요, 바로 옆의 한국을 넘보는 게 더 쉬울까요? 자꾸 민족주의적 관점에 치우쳐서 미국을 침략자 처럼 묘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대개 그 이외 국가/세력들의 잠재적 위협들과 객관적으로 비교하지 못합니다. 미국은 영향력 행사를 하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동북아에 영토적인 야욕은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포함 모든 주변 국가에 대한 영토적인 야욕이 있습니다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죠). 그 둘이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래도 아무편이나 이겨도 좋나요? 그럼 누구를 견제해야 하고 누구와 손잡아야 할까요?
그리고 미국은 아마 북한도 중국 문제의 연장선 상에서 볼 겁니다. 과거 미국도 중국 경제가 개방되면 정치도 개방될 줄 생각하고 WTO체제에 끌어들였지만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되었죠? 빈부격차는 왠만한 자본주의 국가보다 심한데, 체제 단속 기술은 더 높아졌습니다. 전염병이 돈다는 뉴스를 전달한 사람들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리게 했죠. 이렇게 중국에 대한 미국판 햇볕정책의 전략적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인데, 북한에 같은 방식을 해보자고 하면 쉽게 수긍이 될까요? 이게 단순한 불신이라고 보시나요? 정치민주화 없이 시장경제만 도입했을 때 어떤 사태가 오는 지 다들 경험한 상황에서, 한국 혼자 이미 실패한 정책을 또 하자고 조르고 있는 셈이 되었는데 말이 쉽게 통할 것 같으신가요?
결국 우리가 직면한 이 모든 문제들이 국가 정체성의 싸움입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인정하고 싶든 아니든, 현재의 구도는 이미 신냉전입니다. 시장경제의 수혈을 받은 공산주의가 좀비처럼 벌떡 일어났기 때문에 그 싸움이 다시 시작되어 버린 겁니다. 한국만 그런 싸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좀비들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 죽였는데 말이죠. 정말 하나도 볼 줄 몰라서인가요, 아니면 나도 물려서 좀비가 되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한국은 지금 이 시대에서 충돌하고 있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그 속에서 내가 절대로 추구하고 지켜야만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되묻고 입장을 명확히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에 칼이 들어왔을 때, 스스로 절대 동의할 수 없는 가치 아래 굴복하며 살아가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한국만이 가진 이점을 적절히 제시하면서 전략적인 외교를 해야 합니다. 중국을 등지지 않는 것만 외교인줄 아시는데, 미국에 밑보이지 않는 외교에는 철저하게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전혀 중립이 아닙니다. 감히 미국의 동맹이 미국 편을 못들게 만든 것만해도 대단한 성공이라며, 중국은 아마 엄청 자고해져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에 막말하는 거구요.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이 같이 지켜줄 가치가 있는 나라인지 의심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 국민들은 더러 한국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도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