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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없는 날들은 이토록 그대가 그립 다는 걸
(노무현대통령님 추모시)
시인 배해용 올림
나, 노무현이는 그대의 민주주의의 촛불이 고자 한다
나를 태우며 사랑의 길을 밝히고 살아가야지
나를 태우고 세상의 길을 밝히고 걸어가야지
나의 촛불은 남을 태우는 산불이 아니다
나의 촛불은 남을 휩쓰는 광풍이 아니다
내가 그 무자비한 산불에 버려진 후에
내가 그 무시무시한 광풍에 버려진 후에
어둠을 태우는 촛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나는 촛불이 그리워서 혼자 금수강산을 돌아다녔다
스스로 부엉이산을 찾고 산불에 그을린
산 울림을 속으로 삼킨 후에야
그런 후에야
비로소 저 광야에서 세상과의 빗진 등짐을 바람처럼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5월의 봄볕 아래 아무도 모르게
오늘도 행복한 산 다람쥐와 마주치는
내 모습이 무척 쓸쓸하고 슬프구나
몸이 허술한 산 다람쥐를 잡으려고 살금살금
산 그림자 뒤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지는 마라
나와 더불어 산 다람쥐도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경계의 시간들에 대해
그것은 내가 나에게서 버려진 후에야
세월이 얼마나 짧고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덧없는지를 깨닫게 된다
저 산 위에 떠 있는 하늘은 다음 날에도 왔고
하늘에 떠 있는 저 청산은 그다음 날 에도 여기 와 서 있다
이곳에는 사랑의 종달새도 있고 이별의 산 다람쥐도 있다
이곳에서 붉은 잎들이 피기 전에
그전에 사는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꽃이 지는 것도
산에 모두 내어주고 떠나는 것이다
그 꽃은 피고 지는 일이 아름다운 것이다
내어주고 버려져야 다시 피라미처럼
팔딱 거리는 여인의 사랑을 만나리라
나 죽어서도 사랑하는 조국의 아름드리나무를 품으리라
산불을 일으키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광풍을 일으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저 산속에 증오를 버리고 저 강물 속에 원망을 버려라
내 가슴에 머물다 간 아름다운 새들을 불러 보아라
땅에는 꽃들이 피고 나비가 춤을 추며
바람이 속삭이는 즐거움이 어찌 아니 크겠는가
하늘 아래 지붕 뚫고 커가는 저 도토리나무도
한 알의 산빛이 저리 푸르다가 붉어지면 땅과 나눌 것이다
예쁘고 귀여운 산 다람쥐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해가 지면 거칠게 뛰어가지 말라고 사나운 산돼지 앞에서
해바라기만 한 얼굴을 내보이며
괜찮다 무섭지 않다고 다독이며
볼 주머니 속에서 손수건 같은 꽃잎 한줌 꺼내어 내밀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