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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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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시행 100일의 회고와 전망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10.22
조회수
687
이상훈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벌써 100일이다. 시행 100일에 즈음하여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분주하게 준비하고 달려온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는 것은 제도 시행 초기에 나타난 일부 사례들을 점검하여 나아갈 방향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이번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 조직과 인력 그리고 국가재정을 근간으로 종래의 사무까지도 그대로 둔 채, 단지 사무의 성격에 따라 크게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구분·운용하도록 설계되었다. 다만,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자치경찰위원회를 새로 두어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새로운 목표를 정립하고 인사 및 예산 등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며 자치경찰사무 담당 경찰관에 대한 인사권과 경찰청장과의 협의권 등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자치경찰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운영은 자치경찰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제1기 자치경찰위원회는 그 인적 구성에 있어 직업 및 세대의 비대칭성과 과잉대표성이 문제된다. 전체 18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126명을 전수 조사해보니, 남성은 101명(80.2%)이고 여성은 25명(19.8%)이었다. 남성이면서 50대와 60대인 위원의 비중은 112명(88.9%)으로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 연령에 해당하는 지역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란 쉽지 않은 구조다. 자치경찰사무의 대부분이 아동·청소년·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 대한 보호업무와 가정폭력·학교폭력·성폭력 등의 예방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완이 필요하다. 


  위원회가 정책자문단 등 유관기구를 둘 때, 여성과 대학생 그리고 초·중등교육 전문가에게 문호를 활짝 여는 것도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특히 위원회에 여성위원과 인권전문가가 없는 시도의 경우에는 보다 다양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연확장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역공동체에 후보자 공모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신임 시도경찰청장의 임용과 관련한 후보자 검증에 있어서 자치경찰위원회가 당사자들의 출신이나 과거의 근무 이력 등의 서면자료 검증에만 머물러서 문제다. 후보자로서의 향후 근무계획이나 기타 지역사회를 위한 리더십을 검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보직인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자치경찰위원회가 경찰조직에 새바람을 몰고 올 가장 결정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인사상 협의나 의견제시권 행사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자치경찰사무를 바라보는 자세에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왕에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하여 시도경찰청장, 지구대장·파출소장 후보자의 검증 서류에는 복무계획이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도록 자료의 제출 항목을 보다 실질적이고 정교하게 규정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연말로 다가올 경찰서장에 대한 자치경찰위원회의 평가에서도 경찰청이 제시한 표준안을 넘어서서 치안서비스 소비자 효용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지표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와 시도경찰청의 중간매개자 위치에 있다. 사무국은 상당부분의 관심과 에너지를 양 기관의 연계와 협력을 위한 정책모델 개발에 쏟아 부어야 한다. 연계·협력의 결과는 주민 중심의 원스톱 종합행정서비스로 전달될 것이다. 시도와 시도경찰청 간의 협력업무 효율성 증대로 나타날 것이다. 특히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치경찰의 보호가 보다 강화되고, 지구대와 파출소에 근무하는 현장경찰관 역시 직무수행의 편익은 물론 주민들의 호응으로 이어진다면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하루하루는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자치경찰제 100일을 돌아보며 자치경찰은 곧 정겨운 이웃의 소중한 삶과 곧장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 옷매무새를 고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