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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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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이하여: 지방의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개혁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11.05
조회수
868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의 날이 금년으로 9번째를 맞는다. 지방자치의 날은 어떤 유래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일까? 또 지방자치의 날에는 자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한국의 지방자치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지방자치의 날을 지정하게 된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방자치의 날은 한국에 지방자치가 부활하게 된 날로서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풀뿌리화에 기여하는 혁신적인 제도로서 지역발전과 국정 민주화에 기여하는 것임에도 정부차원의 기념일이 없었기에, 지방자치의 성과와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지방자치단체들간에 공유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하여, 지방4대 협의체의 건의로 지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자치의 날이 10월 29일이 된 데에는 지방자치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10월 29일은 지방의회 부활의 계기가 되는 제9차 헌법개정일이다. 즉 이 때 헌법개정으로 인하여,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을 유보한 헌법 부칙조항이 삭제된 날이어서 이 날을 계기로 지방의회가 새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지방의회가 새롭게 부활하게 되는 이 날을 기념하여, 지방자치의 날로 정하게 된 것이다.


  2012년 10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통과시키면서 2013년부터 기념식을 개최하게 되었고, 지방자치 관련의 유공자들에게 포상도 하고, 지방자치의 우수사례를 전파하여, 지방자치 부활을 기념하고 그 필요성과 혜택을 상고하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지방자치의 날에 지방자치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방자치의 날을 10월 29일로 지정하게 된 것이 한국의 민주화과정에서 현재의 헌법으로 헌법개정되는 날과 관련되는 것이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현행 헌법개정기념일’이라고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헌법개정으로 인하여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을 유보한 것을 삭제함으로서, 비로소 지방의회를 다시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므로, 지방자치의 본질은 지방의회의 구성과 관련됨을 알 수 있다. 


  즉, 지방자치의 본질은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직접 선거로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한국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방향이나 지방자치 성과에 대한 평가에서 지방의회가 얼마나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와 지방의원들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과 역량을 구비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지방의회는 여전히 강시장-약의회, 중앙집권적 중앙-지방 정부간 관계로 인하여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생각해 보자. 물론 지방의회가 1991년에 부활한 이후, 지방자치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의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듯이, 제왕적 단체장에 비하여 그 역할이나 기능이 약하다고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자치분권 특별법이나 자치분권기본계획(2018) 등에서 지방의회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리하여, 2020년 12월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하여 그동안 자치분권개혁의 주요 이슈로서 요구되어왔던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전문인력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자치분권이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구체적으로 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이번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서 지방의회분야의 개혁사항으로서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제도 도입에 대한 것이 있는데, 이를 살펴보자. 


  먼저 지방의회 사무국의 인사권 독립에 대한 것으로서, 지방의회 사무국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던 것을 지방의회의장에게 돌려 주는 지방자치법 제103조 2항의 규정을 보자. 즉 ‘지방의회의 의장은 지방의회 사무직원을 지휘 감독하고, 법령과 조례, 의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 교육, 훈련, 복무,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또 제104조에서 ‘사무처장 사무국장 또는 사무과장은 지방의회의 의장의 명을 받아 의회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되어 있고, 2항에서는 ‘사무직원의 임용, 보수, 복무, 신분보장, 징계 등에 관하여는 이 법에서 정한 것외에는 지방공무원법을 적용한다’ 고 되어 있다 


  여기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장이 조례를 정해서, 지방의회 사무국의 역량강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의 선진사례를 보면, 지방의회 사무국의 인력운영이 계급제가 아닌 ‘직위분류제’에 의한 채용과 복무, 교육과 훈련 등을 처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104조의 2항을 삭제해야 하는데, 여전히 계급제에 의해 운영되는 지방공무원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이 남아 있어, 자치적이고 자율적인 의회사무국의 역량강화가 제약되는 것이다. 


  또 현행의 공무원인사법의 적용을 받아서는 의회직렬을 신설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고, 사무국 직원들을 계급없이, 직무와 직위 중심으로 조직구조를 편성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요컨대, 지방의회는 합의제 조직이고, 지방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주민의 대표자로서 공익을 위한 대화와 토론, 공론과 숙의 과정을 중시하는 곳이므로, 대등한 수평적 관계를 통한 운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 이것이 가능하도록 의회사무국은 의정활동을 공론장으로서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조직구조여야 하는 것이다.


  또 사무국의 구조도 전문위원실이 강화되어서 의회의 토론과 숙의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수평적이어야 하는 것이지, 사무국의 구성원들을 처(국)장-과장-팀장-팀원 등으로 4층제 계층에 9개의 계급으로 계서제화한 구조가 주류를 이루어선 안될 것이다. 


  다음으로 정책지원전문인력제도도 지방의회와 지방자치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낼지에 대한 지혜를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 제41조에서 ‘지방의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방의회의원 정수의 2분의 1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다’고 되어 있고, 2항에서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며, 직급 직무 및 임용절차 등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타이밍을 발 빠르게 잡아내는 지방의회가 있다면, 신속하게 ‘정책지원 전문인력제도의 운영에 관한 조례(가칭)’을 제정하여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직무범위, 배치형태, 임용절차 등을 각 지방의회의 실정과 역량에 맞게 지방의회 사무국의 정책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선도적 조직개편과 인력운영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자치분권의 정신과 가치에 입각하여 지방의회 사무국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을 수동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지방의회 사무국의 혁신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대해 선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의회 맞춤형 조항이 신설될 수 있도록 요청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지방의회마다 선도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중앙정부의 대통령령이나 부령 등은 전국적이고 획일적인 규정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평균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규정으로 제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현실을 보면, 광역시도의회와 기초시군구의회의 현실은 너무나 차이가 크다. 서울시의회의 경우는 의원 대 사무국직원의 비율이 1:3을 넘지만, 원주시의회의 경우는 1:1 정도에 불과하여 사무국직원의 숫자에서 격차가 크다. 


  또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나 직무수당도 광역시도의원과 기초시군구의원간에 그 격차가 커서, 기초시군구의원의 경우는 의원으로서 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는다. 즉 광역시도의원은 생활급이 가능한 유급제이지만, 기초시군구의원의 경우는 유급제이지만 명예직의 성격이 강한 수당 정도의 급여여서 의회운영의 기본원리가 서로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즉 광역시도의회는 소의회제로 설계되어야 하고, 기초시군구의회는 대의회제로 설계되어야 하는 것이 의원들의 의정활동비의 제도설계에 담겨있는 철학이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는 그 지방의 특성과 현실을 감안하여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자신의 지역 역량에 맞는 것을 ‘선택(choice)’ 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어떤 시군구의회의 경우, 정책지원전문인력을 채용하지 않기로 의결할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너무 낮기에, 주민들의 세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우리 의회는 정책지원전문인력을 채용하지 않기로 선택한다는 의결을 하는 지방의회도 나와야 한다. 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로 결정한 지방의회라면, 이 제도를 통한 성과와 비용을 비교하면서 그 B/C가 1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운영의 구조를 짜서 주민들에게 설명책임(accountability)을 다하고,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제도를 채택하는 것이다. 

 

  요컨대, 지방자치의 날은 지방의회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고,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본질임을 생각하는 날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의회를 의회답게 기능하고 역할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자신의 지방의회의 제도선택에 대해서 대화하고 토론하여 자신의 지역에 맞는 지방의회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공론화의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