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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남북단일팀의 ‘우리는 하나’

이문규 감독과 임영희 선수에게 들어본 단일팀 한달간의 여정함께 있다 잠시 헤어지는 언니 동생처럼 “10월에 다시 만나자”

2018-09-16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뿌려진 평화의 꽃씨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꽃으로 피어나고 이제 한반도에는 거스를 수 없는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는 지난해 6월 북측의 무주 WTF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및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지난 7월 평양 남북통일농구 대회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다지는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자농구 남북단일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소중한 은메달과 함께 국민들에게 ‘우리는 하나’라는 감동을 전했습니다.
 

여자농구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한 주장 임영희 선수(왼쪽)와 이문규 감독.

남측 9명, 북측 3명으로 구성된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8월 초 진천선수촌에 처음 모여 약 한달간의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 서먹서먹했던 선수들은 코트에서 빠르게 하나가 되었고 아시안게임 최종 결승전까지 진출했지만 중국에 65대71로 분패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아쉬움에 눈물을 참지 못하던 선수들은 곧 서로를 달래며 격려했고, 시상식장에서 함께 메달을 목에 건 이들의 모습은 곧 아시아를 향해 던진 평화의 메시지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정책브리핑(www.korea.kr)은 단일팀 여정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10일 이문규 감독과 주장 임영희 선수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저에게 복덩어리가 굴러들어온 격”

여자농구 남북단일팀의 지휘한 이문규 감독은 북측 선수들과 이별할 때 인터뷰 도중 목이 메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한 달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동고동락한 선수들과 그만큼 정이 들었습니다.

이 감독은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8월 1일에 북측 선수들이 합류해서 9월 3일날 헤어졌으니 딱 한 달 이틀 생활했습니다. 느낌은 3~4년 생활한 것 같았어요. 저에게 복덩어리가 굴러들어온 격이었습니다. 말도 잘 듣고 착하고 선수로서도 모두 열심히 따라왔습니다”라며 북측 선수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게인 통일농구, 10월에 다시 만나자”

그래서일까. 이 감독은 헤어질 때 마음이 이상했다고 합니다. 마치 함께 오래 지내다 헤어지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보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면서 목이 확 멨습니다. 그는 “‘나도 모르게 애들한테 정을 많이 주고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죠”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문규 감독이 북측 선수들과 헤어진 당시를 묻자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주장 임영희 선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니, 동생 해가며 지냈고 남북이라는 구분이 없었습니다. 임 선수는 “기간은 짧았지만 통일농구 때 얼굴을 한 번 익혀서인지 처음부터 잘 지냈습니다. 농구라는 몸을 부딪치는 운동을 하다보니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헤어질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카메라 앞에서 이별하기 전에 식사하면서 몇몇 선수들은 울었어요.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실감이 안 났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문득 북측 동생들이 생각나네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더 큰 하나…단일팀 ‘각본 없는 드라마’

남측과 북측 모두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이루고 싶은 하나의 목적은 같았습니다. 이 감독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더 큰 하나’라는 로숙영 선수의 말이 맞습니다. 단일팀으로서 하나가 되어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농구의 묘미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안되는 것도 되게 하는 게 스포츠입니다”라며 경기를 회상했습니다.

단일팀은 결승에서 중국에 분패해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이 감독은 국민들의 바람인 금메달은 따지 못해 애석하지만, 선수들이 잘 싸워줬다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중국 선수들은 베스트 멤버가 출전했지만, 우리 대표팀은 3명은 수술, 1명은 미국에서 경기를 뛰다가 중간에 합류하는 상황이어서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조연 역할을 하던 강이슬, 박하나, 김한별 선수들이 베스트로 나가서 주인공이 됐어요.”

"연습 끝나면 숙소로 돌아가 시험까지 보며…”

남측 선수들뿐만 아니라 북측 선수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단일팀의 위력을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특히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북측 선수들이 남과 북의 서로 다른 농구 용어를 이해하려 애쓰던 노력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 이면에는 북측 정성심 코치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감독과 임 선수 모두 입을 모아 정 코치가 자기 선수 대하듯 잘 챙겨줘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감독은 “시간이 없다 보니 속성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었는데, 정 코치가 연습이 끝나면 숙소로 돌아가서 북측 선수들에게 농구 용어와 관련된 숙제를 내주고 시험까지 보며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이기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도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감독은 “한 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런 짧은 시간에 손발을 맞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맞으니 기적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하나’…평소와 달랐던 남북단일팀 ‘코리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말에 임 선수는 “같이 경기를 뛰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수많은 경기를 했지만, 평소 대한민국의 응원과는 달랐습니다. 그는 “‘우리는 하나’라는 문구와 응원 소리가 경기 중에도 생생하게 들려서 힘이 났고 때로는 울컥하기도 했다"면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응원하러 온 교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친동생같이 지냈던 북측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임영희 선수.

임영희 선수는 북측 동생들이 성격이 다 달라서 재밌었다고 했습니다. 임 선수는 “숙영이는 정말 순수하고, 미경이는 당차고, 혜연이는 막내여서 귀여움을 많이 받았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농구 실력에서는 언론에서도 이미 알려졌듯 로숙영 선수를 꼽았습니다. 이 감독은 “로숙영 선수는 국내 선수들 보다 우위의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량은 포스트와 외곽 모두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플레이에 비해 팀적인 플레이가 조금 부족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북측 선수들은 큰 대회에 나간 경험이 많이 없어서인지 대처능력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는 “장미경 선수는 아주 민첩하고 빠르며, 김혜연 선수는 장래가 아주 유망한 선수예요. 머리 쓰는 농구를 잘합니다”라며 북측 선수들이 잘 되길 바랐습니다.

통일농구, 통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남북 선수들은 조만간 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남북체육회담 합의에 따라 7월 3~6일 평양에서 한 차례 통일농구대회가 열렸고, 올해 가을 서울에서 한 번 더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문규 감독은 “농구가 통일로 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10월께 서울에서 통일농구대회가 열리는데, 날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네요”라면서 “농구를 통해 남북이 교류하고 있으니 농구가 통일로 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일농구대회와 남북단일팀을 통해 여자농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길 바랐습니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22일부터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열리는 ‘2018 FIBA 여자농구 월드컵’에 출전합니다. 이 감독은 “월드컵 대회를 잘 마무리해 국민들의 높아진 관심을 이어가고 싶습니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