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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K-방역과 평화로운 한반도 구축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21-01-11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부터 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언제나 태양은 떠오르고 따뜻한 봄이 다시 찾아오듯 희망찬 한해를 맞이해야 한다. 작년은 인류역사상 전례 없는 감염병 코로나19로 인해 한마디로 모든 것이 올스톱된 한 해였다. 모든 나라들은 코로나의 자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국가 간의 왕래뿐 아니라 국내의 모든 이동도 봉쇄되고 제한됐다. 비교적 초기대응을 잘 한 우리도 3차 확산세에 고전을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민들 스스로가 잘 버텨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종식되는 그 날 그동안 고생한 우리 자신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물리적 경계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한반도는 하나의 생명·안전공동체다. 감염병의 확산이 초국경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를 반쪽씩 공유하고 있는 남과 북은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공동 운명체임이 분명해졌다. 우리보다 방역, 보건의료 체계가 훨씬 열악한 북한은 작년 초부터 아예 국경을 봉쇄했다. 유일한 물자의 이동통로인 중국과의 물자이동도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지난해 북중간 교역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러한 사후적 방식이 아니라 예방적이고 선진적인 공동의 방역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방역, 보건의료협력을 제의하는 한편, K-방역의 우수성을 기반으로 동북아 보건의료방역 공동체 구상을 발전시켰다. 그동안 나름 체계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경험은 초국경적,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과정에서 우리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북한이 포함된다면 보건의료, 기후변화, 재난재해 분야 등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대응 체제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 방역과 같은 소프트 파워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우리는 중견국 외교의 책임있는 역할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 경제, 시민단체들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를 회복과 통합, 도약의 해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회복, 서로를 멀리했던 거리두기를 넘어 다시 함께 힘을 모아 대통합의 단결력을 과시해야 한다. 남측이나 북측이나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었던 상황을 공동으로 극복하고 다시 평화와 협력을 향한 프로세스를 재가동시켜 나가야 한다.

1월 정초 북한은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했다. 당대회는 지난해 북한의 3중고 상황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계기로서 주목을 받았다. 5년만에 개최된 당대회는 그 특성상 북한 체제의 내부 결속적 성격이 크다. 북한이 당대회를 통해 적극적인 대남·대미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내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과거와 같이 도발과 전쟁 위기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의도 또한 드러내지는 않았다. 우리로서는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남북간 합의이행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신뢰관계를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방역 협력은 비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장 시급한 중요하고 남북관계의 본질문제다.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일방주의적 외교방식에서 벗어나 동맹을 중시하고 민주적 가치, 초국경적 이슈 등에 대한 다자적 협력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분열과 적대에서 통합과 협력으로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로서는 더욱 더 강화된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미중갈등 관계가 남북관계 발전에 저해요소로서 작용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고 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협력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치유와 공존, 연대와 협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이 돼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