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기대 이상 성과…후속 결실로 이어지게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
2021-05-25
어느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회담이었는지, 실패였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관련 정부 당사자들과 국민여론, 그리고 여야가 같은 목소리로 성공이라고 평가한다면 그 정상회담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설명과 결이 다른 평가를 내리거나 명백한 실망감을 표현하고, 야당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면 그 정상회담을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상회담 당사국은 아니지만 어떤 주변국가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한다면 그 정상회담을 철저한 사전준비 하에 큰 성과를 거둔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지난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은 대단히 흥미로운 사례라고 하겠다. 먼저 정상회담의 주인공인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귀국길에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매우 만족했다(satisfied very much)”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진솔한(straightforward)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를 놓고 본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두 지도자 간에 개인적 친분과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청와대와 여당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노선을 비판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 외교를 펼친다고 우려를 했던 국내보수정치권에서도 다른 것은 몰라도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안보협력의 근간을 재정립하고 강화했다는 점을 크게 환영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46년 만에 미사일 지침의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으며, 미국정부가 한국군 55만 명에게 미국산 백신을 제공함으로써 그동안 축소 또는 취소됐던 연례한미연합군사훈련이 종전의 규모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합훈련이 2019년 이전의 규모와 형식으로 재개된다면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능력을 시험하고 측정할 기회가 다시 열리게 되며, 이는 조건에 기반한 한국의 전시작통권 환수 스케줄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건국이래 최고의 성과’를 기록한 한미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격이 뿜뿜 느껴지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정상회담이라고 평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상 이상의 엄청난 성과였다. 한미동맹을 두 단계 이상 진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상회담 결과 전반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지만, 한미안보협력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여당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4일 “문 대통령이 한반도를 넘어서 지역안보차원에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저해·위협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유함으로써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가 지향하는 핵심 원칙을 수락했고, 더 나아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까지 포함시키는 커다란 변화를 보였다”면서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왔던 바이며 대통령께서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귀국해 실무에 복구한 문 대통령은 24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한미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후속조치 실행에 만전을 기하라”라고 지시했다. 한미정상회담의 일차적 성과가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도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중국의 반발에 어떻게 잘 대처하는냐의 문제다. 한미 정상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중국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를 한국과 미국이 같이 낸 대목이다. 공동성명은 또한 “우리는 또한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 및 미래에 발병할 기원 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것”이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대유행)의 진원지로 중국을 콕짚어 지목하고 코로나19를 ‘우한폐렴’이라고 부른데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던 중국의 입장을 상기할 때, 중국이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 불쾌감을 가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곧 사실로 나타났다. 중국 외교부는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2일 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2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한미)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고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다.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이 부분은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등)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식의 절제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공동인식과 우려를 표현했으나, 중국의 이해를 충분히 얻는데는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을 일축하는 식으로 한국에 대한 불만과 압박을 가중하는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두 번째는 국내백신보급의 안정적 확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선진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공급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도 백신의 안정적 확보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역할이 단순한 백신 병입 및 레이블 부착, 해외배송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한국제약회사의 자체 코로나 백신 개발이나 한국이 생산량 및 배급을 결정할 수 있는 형식의 백신위탁생산은 지금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말까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10억 회분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약속한 바이든 행정부에 한국이 글로벌 백신 보급의 허브로 기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11월까지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시급한 자체 목표달성에 도움이 되는 충분한 양의 추가 백신 획득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정상회담은 이제 끝났지만, 후속 결실을 수확하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