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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향한 새로운 시작

- [‘2018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⑪ 국민적 공감대 형성- 글: 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

정책브리핑

2018-04-24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판문점은 남북대화의 공간이다. 1971년 한국전쟁이후 처음으로 남북적십자 회담이 이곳에서 열린 이후, 수많은 대화가 열렸다. 판문점은 또한 휴전의 장소다. 1951년 7월 휴전회담이 처음 열린 곳은 개성이지만, 3달 후인 10월 회담장은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때 회담을 위해 임시천막을 친 곳이 바로 ‘널문리 가게’ 앞의 콩밭이었다. 휴전회담이 시작됐을 때, 세계의 시선이 이곳으로 몰렸다. 널문리 가게의 중국어 표기가 바로 ‘판문점’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문점이라는 공간은 휴전에서 ‘평화’로 거듭나야 한다. 4월 27일 이전과 이후로 판문점은 달라져야 한다. 그날 이전에는 휴전의 공간이지만 그날 이후에는 평화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날 이전에는 휴전체제를 관리하는 공동경비구역이지만, 그날 이후는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날 이전에는 대립의 공간이었지만, 그날 이후에는 협력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물론 휴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길은 멀다. 그 과정에서 잠정적인 목표로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이다. 종전의 의미는 크고 넓다. 한반도는 여전히 한국전쟁의 전후질서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종전선언으로 한반도에서 전후질서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북핵문제의 해결과 어울려야 한다. 휴전에서 종전으로 그리고 평화로 의 이행수준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 수준을 반영해 이뤄질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속도와 단계를 압축적으로 진행하면 당연히 평화프로세스도 압축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물론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관계의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적대에서 협력으로의 전환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서 평화협정과 같은 제도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실상의 평화’다. 그래서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이 중요하다. 판문점은 비무장지대의 일부다. 휴전협상에서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2Km, 북쪽으로 2km를 비무장지대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휴전협정은 지켜지지 않았고,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로 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를 그야말로 말 그대로의 비무장지대로 만들자’고 합의했으면 좋겠다. 비무장지대에 대화의 공간도 만들고, 환경생태지역도 보존했으면 좋겠다. 철원의 전망대에 가면 눈앞에 궁예성터가 보인다. 한국전쟁당시의 격전지인 그곳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발굴하고, 역사문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평화는 또한 상처의 치유를 의미한다. 전쟁이 남긴 ‘보이는 상처’는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전쟁이 남긴 증오는 남북관계에서도 우리 내부에서도 여전하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사안이지만, 동시에 전쟁이 남긴 상처다. 치유라는 개념으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치유는 동시에 화해의 과정이다. 비핵화도 평화정착도 압축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화해는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고, 차이가 어우러지는 화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은 평화를 향한 새로운 시작이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함께 가야한다.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세대의 인식 차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통일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 세대가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기의 삶과 연결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평화가 돈이고 평화가 밥이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정치적 이해를 따질 것이 아니라,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길게 보고 넓게 보면, 그만큼 공감대의 영역이 커진다. 지혜를 모아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의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