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회담에도 ‘평화 고삐’ 바짝 죄자
- 글: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책브리핑
2018-05-11
한국의 한반도 평화 주도 강화한 ‘한일중 정상회의’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성공시켜 한반도에 평화의 새시대를 열어젖힌 문재인 대통령이 5월 9일 한일중 도쿄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및 동북아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을 제창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북한의 비핵화의 범위에 대해 미국이 인공위성 불가, 생화학무기 폐기, 중단거리 미사일 포함, 인권 개선 등 추가 요구사항을 계속 내놓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다렌으로 날아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 도착한 직후에 개최된 동북아 3강의 정상회의였으므로,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 구축 등 북한 관련 사항이 주요 의제였다. 그간 경협 등 기능적 협력에 집중했던 3국회의가 이번에는 안보문제도 본격적으로 다룬 셈이다.
정상회의 자체로 보면 2015년 11월 서울 정상회의 이후 중일간 불편한 관계와 한일간 다소 소원한 관계로 인해 2년 반 만에 개최돼 정상회의 복원과 정례화의 염원이 구현된 회의였다. 문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6년 반 만에 일본을 방문함으로써 한일관계 정상화와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데 대한 답례라는 의미도 있다.
큰 성과는 문대통령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김정은 위원장과 확인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3국의 지지를 담은 특별성명을 도출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 외에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담겨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 국제제재가 완화되는 데 따라 한반도 평화시대를 공동 번영의 시대로 발전시키는 데 대해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확보한 셈이다. 특별성명에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과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대한 3국의 기여도 표명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능동적으로 지원하고 동북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지향하는 한국의 대외정책도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물론 3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공동의 목표로 공유하지만, 그 실현방법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드러냈다. 북한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결속하고 있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시진핑 주석이 전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우려도 고려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한층 더 진전시켰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면 체제보장과 경제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데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고 문대통령은 공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북한의 말만 믿지말고 행동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강조했다. 중국과 한국은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규정돼 있으므로 북미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특별성명에 명기하지는 않았다.
특히 아베 총리가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나 ICBM발사 중단만으로 대가를 주지말고 북한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하자, 문대통령은 “올림픽 때도 북한 선수 하나하나와 관련해 유엔과 협의했다”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또한 문대통령은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다”라고 설득하고 아베 총리가 납치자문제 협력을 요청하자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일관계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대통령은 일본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관점에서 아베총리를 설득했고, 리커창 총리에게도 종전선언부터 중국의 역할을 존중한다고 해 판문점 선언에서 ‘3자 또는 4자’ 표현으로 유발된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켜 줬다. 중국과 일본이 ‘역사 직시’라는 표현을 두고 맞서서 공동선언 발표가 늦어진데서 알 수 있듯이 중일 갈등이 표출되는 가운데, 문대통령은 중국 및 일본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공동 번영을 선도했다고 평가된다.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자만하거나 고삐 늦춰서는 안돼
남북간 화해와 평화의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위상이 격상되고 자연히 중국과 일본의 갈등과 대립에 중재자 내지 균형자 역할을 맡게되고 있다. 우리의 중재로 성사된 북미간 핵문제와 체제안전보장을 둘러싼 건곤일척의 정상회담도 6월 12일 싱가포르로 결정됐다.
정부는 이제까지 잘 해 왔지만, 자만하거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평화를 향한 정세 기조를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정상화 및 호혜적인 경협진흥을 통한 평화통일 기반 조성 국면으로 계속 이어가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잘 수행해야 한다.
먼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시간, 장소가 결정됐고 합의도 예상되지만, 그 합의 내용이 우리의 국익에 맞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의적인 지원과 관여 노력이 필요하다. 비핵화 및 체제 보장의 범주와 방법을 두고 양측간 견해차가 크므로 이를 미봉하기 위해 양측이 부적절한 타협을 이룰 수도 있다. 합의는 성사되도록 하되 그 내용이 완전한 비핵화와 적절한 체제 보장이 되도록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기존 핵을 묵인하도록 방관해서는 안된다.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실행하더라도 완전한 비핵화의 완료시점을 정하고 불시사찰과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체제 보장 면에서는 가능하다면 미국 및 유엔의 대북 제재가 완화돼 우리가 적어도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여타 호혜적인 경협도 추진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이 조성되도록 애써야 한다. 물론 제재 완화나 해제로 인해 북한이 약속을 어길 때는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장치도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미국 및 유엔의 제재가 완화되면 지체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호혜적인 남북 경협 사업을 착실히 연구하고 준비해 둬야 한다. 물론 그 때까지도 국제 제재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인 지원, 학술 및 종교, 문화, 체육 교류, 조림 사업 같은 환경 협력, 임진강 수자원 관리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남북간 화해·협력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일본이 국수주의적으로 납치자문제만 강조하면서 자칫 북핵문제 해결에 장애를 조성하기보다는 북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북한 재건에 식민지 지배 배상금 등으로 건설적으로 기여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중국과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충심으로 협력하면서 북한 재건과 남북중간 호혜적인 협력을 진흥해 북한에게 평화가 가져오는 협력의 이익이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불가역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