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 ‘한반도 경협 동맥’ 잇자
조봉현 IBK기업은행 북한경제연구센터장
정책브리핑
2018-07-17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토대로 남북 관계 발전과 공동번영으로 가는 큰 틀을 마련했다. 정상회담은 시작에 불과하다. 핵심은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합의사항을 실천해 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가 더욱 크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지난달 말에 판문점에서 철도협력 분과 회담(6·26)과 도로협력 분과 회담(6·28일)을 열었다. 철도협력 분과 회담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연결구간 공동점검과 북측 구간 공동조사 등을 합의했다.
문산∼개성 간 경의선 철도 및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을 진행하고, 경의선 북측구간(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가 곧 이뤄질 예정이다. 도로협력 분과 회담에서는 경의선 도로의 개성∼평양 구간과 동해선 도로의 고성∼원산 구간을 현대화하기로 합의하고, 8월초부터 현지 공동조사가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진행된다.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끊어진 남북한 경제의 맥을 다시 잇게 하는 출발점이다. 남북 분단으로 인해 우리경제는 사실상 섬나라에 놓여 있다. 육로를 통해서 대륙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혀 물류 길은 항공과 선박으로 돌아 갈수 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젠 남북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평화경제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남북경협을 당장 추진하기에는 대북제재의 벽에 가로 막혀 어려운 상황이다. 대북제재를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북한 민생 사업과 산림녹화, 철도·도로 연결 등 공공 인프라 등에서 시동을 걸고, 점차 단계별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맞춰 대북제재가 점차 완화되면 중단된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다시 재개하고 여건 개선에 따라 새로운 남북경협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경제를 매개로 남북이 평화롭고 번영하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개혁 조치를 통해 활기는 다소 찾고는 있지만, 대북재재, 인프라 미흡, 대외 신뢰 부족 등으로 외자 유치가 어려워 여전히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 노선을 바꿔 경제개발에 집중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2020년 경제 강국 진입 목표를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경제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저출산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내수 한계, 기업 투자 위축 등 수 많은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남북한 경제의 성장 돌파구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의한 경협 프로젝트 추진이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남북관계 개선과 경협 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우리의 경제영토를 동북아와 유라시아로 확장하는 그랜드 플랜이다.
H빔 세계화 전략이라고도 하는 3대 경제·평화벨트 구축과 ‘하나의 시장’협력이 핵심이다. 환동해·환황해·접경지역 개발을 통한 한반도 균형발전과 신북방·신남방 경제와의 연계강화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담대한 구상이다.
환동해 경제 벨트는 동해안권과 중국 동북3성,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결하는 복합물류, 관광, 에너지, 농수산식품, 자원 중심의 경제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환황해 경제 벨트는 서해안과 중국 환보하이권을 중심으로 첨단 제조업과 교통 물류 중심의 경제협력으로 중국 주요도시와 1일 생활권을 형성하는 사업이다. 접경지역 평화경제벨트는 DMZ 및 한강하구를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로 개발해 생태·환경·관광의 ‘Green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나의 시장’ 협력은 남북간 상품 및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하는 요인들을 점진적 제거함으로써 상호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북방경제로 시장을 확장해 ‘시장’을 매개로 남북한 주민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에 꽉 막힌 남북한 경제 혈맥에는 건강한 피가 돌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공동 번영의 꿈이 현실로 나타날 것은 명백하다. IBK경제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 신경제 구상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1.03%p 이상 올라갈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GDP의 경우 2024년 4만 달러, 2040년에는 7만 달러 이상까지 오르는 것으로 예상됐다. 5년간 연평균 14만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5년간의 기간을 상정해보면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총 일자리 규모는 72만 5000개에 달한다.
하지만, 한반도 신경제의 남북경협 길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 및 주변국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 가야 하는 일이다. 북한의 비핵화보다 너무 앞서 경협 과속을 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야 경협을 시작하겠다고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신남북경협은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추진은 대북제재와 상황 변화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봉산개도 ‘우수가교’의 정신을 갖되, ‘호시우보’의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남북경협으로 가는 과정에서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각오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가는 정신은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추진 과정에서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 우리가 꿈꾸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시대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