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에 거는 기대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정책브리핑
2018-09-14
올해 들어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 9월 18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다. ‘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표어를 달고 열릴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에서는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촉진하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서 사문화된 기존 남북합의들을 복원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북미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판문점선언의 이행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군사당국자회담 진행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긴장완화 조치, 적십자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사업 추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추진, 철도도로연결과 관련한 조사사업 진행, 스포츠 교류 추진 등 판문점선언의 부분적 이행이 이뤄지고 있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분야,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 완전한 비핵화 목표 이행 등에서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에서 13개항에 이르는 많은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에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새로운 합의도출에 힘쓰기보다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평가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국회 비준동의를 추진할 정도로 판문점선언을 남북관계 개선·발전의 중요한 합의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도 판문점선언을 ‘자주통일대강’, ‘자주통일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이행이 지체되는 것은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교환하는 북미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안보리 제재국면에서도 남과 북이 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인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만들기,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만들기, 단계적 군축 등 군사부분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초가을로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앞당긴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체국면에 빠진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9월 5일 우리 특사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며 자신의 의지”(로동신문, 2018년 9월 6일)라면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중에 70년 간의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비핵화 시한을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믿지 않고 선 비핵화 행동조치를 평가하지 않는데 대해서 답답함을 표시하고, 남측이 그들의 비핵화 진정성을 관련 국가들에게 설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비핵화 시한을 공식화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판문점선언과 북미공동성명 채택 이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본격화하지 못한 것은 북미가 합의내용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선행동 선순환에서 동시행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신뢰부족을 드러냈다. 미국은 선 비핵화 초기조치를 요구했고, 북한은 체제안전보장의 초기조치로 선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평화체제와 완전한 비핵화를 교환하는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이행로드맵과 관련한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대화, 북미대화, 북중대화 등 양자대화를 3자, 4자, 6자 등 다자협상 틀로 발전시키는 문제도 협의해야 할 것이다.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관련 국가 모두의 협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