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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정상회담, ‘남북관계 CVID’ 변곡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8-09-17



4·27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정세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2018년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인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7번째 정상회담이다. 지난해 말까지 목도했던 날선 대립과 달리 남북미간 특사파견과 친서 전달은 이제 일상이 돼가고 있다. 갈등관계에 있는 국가의 최고지도자간의 이와 같은 의사소통방식은 한반도 분단사는 물론 국제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 그리고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을 위한 계기가 만들어 지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한 이유다.

 

우려했던 디테일의 악마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5월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와 아울러 대남·대미 비난공세를 강화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연기카드로 대응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 취소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북한 비핵화의 이행과정에 대한 북미간 이견이 주요 원인이다.

5월의 위기국면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정부는 협상의 교착상태를 돌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정부는 대북특사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의지를 확인함으로써 북미협상의 동력을 마련했으며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 일정도 확정했다. 과거 핵문제 논의과정에 한국을 배제하던 것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오히려 우리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 역할의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여부는 한반도 평화 및 남북관계 발전과 밀접하게 연동된 과정이다. 북한 비핵화 속도의 지체로 인해 종전선언으로부터 시작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판문점 선언의 이행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한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은 근본적으로 어렵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가속화하는 추동력을 확보해야 이유다. 북미간에는 아직 불신구조가 상존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비핵화를 출발점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남북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기 때문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CVID를 관철하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남북관계의 CVID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남북관계발전(Development of Inter-Korean Relationship)을 의미한다.

국가간 경제·사회문화적 상호의존성이 심화될 경우 안보적 갈등구조는 현저하게 약화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독도·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중 및 한일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남북이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을 심화시킬 경우 일방에 의한 관계의 단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반도신경제구상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토대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연계하는 통일정책인 동시에 국가발전구상이다. 서울·부산과 베이징, 모스크바,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노선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과연 상상할 수 있을까?

북한은 오해 4월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노선을 선택했다. 북한경제발전을 위해 남북경협은 필수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민망’하다고 표현한 북한 SOC문제도 우리의 협력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한계상황에 처한 한국경제 역시 경제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과 연계되는 육상 교통·물류체계의 혁명이 이루어 질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경제재건과정은 우리기업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통일을 생각할 때다. 완전한 의미의 통일을 장기적 과제로 설정하되 북핵문제해결을 포함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남북경제공동체라는 사실상의 통일을 추구함으로써 제2 한강의 기적과 대동강의 기적을 함께 이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은 남북관계의 CVID를 의미한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지속가능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