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이행 과정,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2018-11-29
지난 10월말 남과 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초소를 철수한데 이어, 11월 10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11개소 철수를 완료하고,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최대 폭 12m의 전술도로를 연결하는 등 ‘9·19 군사합의(이하 군사합의)’의 이행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군사합의가 성실하게 이행된다면 남북간 군사적 충돌 방지와 신뢰구축은 물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에서는 군사합의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방향을 제시해 본다.
과거와는 달라 보이는 북한의 이행태도
JSA 비무장화 조치는 계속 진행 중이다. 남북 군사당국과 유엔사 3자 협의체는 10월 26일부터 공동검증을 시행했다. 11월 12일에는 감시장비실무협의체 회의를 열고 향후 상대측 지역에서 경비근무 수행 및 방문객 자유왕래 보장을 위한 감시장비 조정문제와 정보공유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JSA 비무장화 조치가 완료되면 정전협정대로 공동경비를 회복하고, 관광객들의 상대측 지역 방문도 가능해질 것이다.
비무장지대 GP 11개소 시범철수와 철거작업도 완료됐다. 우리 군은 11월 15일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에 있는 GP 상부구조물을 폭파방식으로 철거했다. 북측은 11월 19일 오후 3시부터 4분 만에 동시에 폭파해 완전 해체했다. 남북 군사당국은 완전파괴하기로 합의한 20개 GP를 완전철거 조치하고 상호 검증절차를 마련해 12월 말까지 철저히 검증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역사적 상징성과 보존가치, 향후 평화적 이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쌍방 각 1개소씩 보전에 합의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정전협정 규정과 군사합의대로 비무장지대 전 GP를 완전 철수하여 비무장지대를 완충공간, 평화지대로 만들어가야 한다.
11월 22일부터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화살머리지에서 최대 폭 12m의 전술도로가 연결됐다. 비무장지대 서쪽의 1번 국도와 동쪽의 7번 국도에 이어 중앙에 새로운 도로가 연결된 셈이다. 이 도로는 비무장지대 내 공동 유해 발굴 목적으로 연결한 것이다. 남북 간 공동유해발굴은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북한의 군사합의 이행과정을 보면, 과거행태와 비교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태도변화의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작동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군사합의 성실이행은 물론, 확대 발전 필요
이번 군사합의에는 상호 적대행위 중지와 군사적 충돌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비무장지대 내 GP 철수와 JSA 비무장화 조치들은 정전협정 규정과 정신에 부합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더욱이 6·25전쟁 전사자 유해공동발굴은 현재의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며, 인도적 차원에서 상징성이 크다.
우선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 시범발굴을 원만하게 진행하고, 비무장지대 전 지역, 나아가 남북한 전역에서 유해 공동 발굴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군사회담을 정례화·제도화해야 한다. 해당 위원회를 통해 군사합의 이행과정의 성실한 검증과 함께,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서해 평화수역 설정문제를 매듭지음으로써 NLL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북한의 성실한 이행과 존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아울러 남북 고위군사당국자간 핫라인, 서해 함대사간 직통전화, 함정간 별도의 통신망 설치·운용 등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확대 시행하고, 불가역적인 평화정착을 이뤄가야 한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대비태세 유지 중요
이제 군사합의 이행으로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앞으로 군사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충돌 방지는 물론 전쟁위험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만일의 사태를 감안한 군사대비 또한 철저히 해야 한다. 강력한 힘의 유지는 북한의 이행을 견인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