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공동조사, ‘한반도 평화·번영의 플랫폼’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2018-12-05
남북 정상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연결에 합의한 바 있다. 그 실천적 대책으로 11월 30일 남북 간 공동조사를 시작했다. 18일 동안 경의선(개성~신의주) 400㎞ 구간과 동해선(금강산~두만강) 800㎞ 구간 등 총 1200km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 중이다. 남북철도연결사업은 단절됐던 한반도와 동북아 공간의 복원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며 남북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첫 출발이다.
과거 남북은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착공했고, 2007년 완공해 시험운행한 바 있다. 특히 경의선은 2007년 12월 11일에 개통해, 접경지역인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를 1년간 운행했다. 개성-신의주간 1차례 실태조사도 시행했다. 경의선은 북한에서 가장 양호한 구간으로 간단한 점검 보수 후 개통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노선은 국제여객노선으로, 평양-북경 간에 주 4회 운행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북경하계올림픽에 남북 간 공동응원열차를 운행할 예정이었으나, 남북 간 경색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2022년 북경동계올림픽에 남북간 평화열차를 타고 공동응원의 그날을 기대해 본다.
또한 제재만 풀리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발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북경을 거쳐 모스크바, 유럽으로 갈 수 있다. 이밖에 경의선은 국제 컨테이너 물류사업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 남북간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개선할 경우, 국제경쟁력은 더욱 올라갈 것 이다. 최근 한국은 북한의 찬성으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도 가입했으며, 한국철도(KORAIL)가 유라시아대륙으로 운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동해선은 북한에서 상당히 낙후된 노선이며, 즉시 개통은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나진-하산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동해선 철도 현대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동해선 남측구간인 제진-강릉간 110km도 건설해야 한다.
경의선·동해선 연결사업은 남북간 경협특구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호 필수불가결한 주요기반시설이다. 과거 경의선·동해선 연결사업으로 인해 개성공단 100만 평을 조성할 수 있었고, 금강산 관광이 한해 30만 명 이상 다녀올 정도로 활성화됐다.
이처럼 과거 남북은 남북접경지역에서 3대 경협사업(개성공업지구개발사업, 금강산관광사업,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으로 작은 남북경제공동체를 경험한바 있다. 이제는 동쪽으로 나진, 서쪽으로 신의주까지 연계되는 광의의 남북경제공동체로 확대해가야 할 골든타임이다. 북한에 다양한 경협특구를 조성하고 이를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로 연결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환동해·환황해 경제벨트와 대륙경제권을 연결하여, 한국경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렇듯 최근 남북 및 북미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급변할 남북경협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후 북한철도는 외국자본의 최대 투자처가 될 것이다. 이때 준비한다면 이미 많은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다. 이보다 앞서 남북협력을 통한 한반도통합철도망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제재 국면에서의 이번 경의선·동해선 남북 공동조사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미래의 한반도 통합철도망 구축을 위한 남북 간 공동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제재가 풀리기 전, 실태조사와 설계를 통해 시공 기간을 단축하고, 현대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렇듯 남북 철도의 연결로 한반도의 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섬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가는 길, 세계로 이어지는 길을 연결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 다가온 평화의 시대는 저 광활한 대륙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그 기회는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