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 계속 열어나가야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2019-04-26
남과 북은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채택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정전협정 체결 65년 만에 분단과 전쟁,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해왔던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민족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다. 판문점선언은 냉전시대에서 평화시대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신한반도체제’의 서막을 여는 이정표가 됐다.
판문점선언 채택 이후 남북관계는 복원됐고, 군사적 긴장완화가 이뤄지고 전쟁위협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지난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연락사무소를 개성에 개설하는 등 남북관계 발전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본격화 했다.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현지조사와 착공식 개최, 한강하구 공동조사 등 남북협력사업도 초보적 수준이나마 진행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에서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남과 북은 지난해 평양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9월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및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이행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견인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이행을 위한 협상을 본격화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서 밝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방안은 4·27판문점선언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로 진화하고 6·12북미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됐다.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북미공동성명을 통해서 4개의 기둥을 세웠으나,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지붕을 씌우고 기초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이행 로드맵과 초기이행 조치를 만드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도출에 실패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잠시 교착국면에 빠져 있지만, 우리 정부가 북미 핵협상을 촉진하고 견인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 북미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되고 북미관계가 교착될 때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았듯이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견인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도출에 실패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이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려했던 ‘새로운 길’과 협상중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민족공조를 위한 남측의 ‘당사자’ 역할 요구와 새로운 계산법을 마련하기 위한 미국의 ‘용단’을 촉구하고 올해 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터라 당장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미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개인적 신뢰가 여전하여 톱다운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 가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서로에게 접수 가능한 공정한 합의문’을 만들기 위한 양자 또는 다자 실무협상, 고위급회담, 정상회담 등 다층위의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고 단계를 거쳐(step by step) 다층위의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말까지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서명하겠다고 하면서 다층위의 협상을 통해서 합의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제부터는 한국이 당사자로 본격적으로 나서 ‘9·19 공동성명’을 만들 때처럼 한반도 평화 비핵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