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입니다. 청원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웹툰(및 구 웹소설) 서비스 플랫폼 '레진코믹스' (www.lezhin.com) 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청하기 위함입니다.
레진코믹스는 2013년 여러 가지 정부 지원을 받고 사업을 시작한 플랫폼입니다.
http://www.korea.kr/policy/cultureView.do?newsId=148770632&call_from=naver_news
'작가를 위한 작가주의 플랫폼'을 표방하며 여러 명의 기성, 신인 작가들을 플랫폼으로 데려갔고, 처음에는 정말로 작가들을 위하는 기업처럼 보이는 수익 구조나 건강검진 복지 시스템 등을 홍보하며 계약 작가들의 팬을 레진코믹스의 고정적 소비자층으로 굳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레진코믹스는 '사업 확장'을 이유로 작가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합의 없이 수익 배분 구조를 작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코인 수익 배분률은 낮아졌고 작가 고료는 고료제가 아니라 MG(*미니멈 개런티)제도로 바뀌었습니다.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정산 CMS에는 오류가 잦았고, 컨텐츠 회사임에도 총 직원 수와 사옥의 규모에 비해 컨텐츠 담당자는 터무니없이 수가 적어 제때 연락이 되지 않는 일이 많았습니다. 본래 컨텐츠 편집부에서 담당해야 하는 일들, 즉 교정이나 배너 편집 등의 일도 모두 작가가 해서 보내야 했고, 플랫폼 편집부는 단지 파일을 받아 올리는 것 이상의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사업확장'을 해야 하니 140 ~ 180원의 코인 매출 중 작가의 몫이 50원인 것은 합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016년부터는 더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레진코믹스는 작품 업로드일 이틀 전까지 자체 마감일을 지정해 놓고, 실제로 업로드 지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각비'라는 명목으로 작가 매출의 일부를 퍼센테이지(*최대 9%)로 떼어 갔습니다.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7059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대의 지각비를 낸 작가도 있다는 폭로가 SNS상에 이어지고 여론이 나빠지자 레진코믹스는 그제서야 지각비를 폐지한다는 보도를 냈습니다. http://www.ddaily.co.kr/news/article.html?no=162418 그러나 즉각 폐지가 아니라 점차적 폐지로, 실제로 지각비가 폐지되는 것은 2월부터입니다. 레진코믹스는 지각비를 당장 폐지할 수 없는 이유로 계약서 수정 및 갱신에 걸리는 기간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러한 이유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2017년 8월, 진행 중이던 웹소설 서비스를 작가들과의 협의 또는 합의 없이 일방 통보로 종료해 버린 전적이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006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불과 2개월 전에 서비스할 콘텐츠를 뽑는다며 공모전을 벌여 수상작을 발표했고, 웹소설 종료일로부터 단 몇 주 전에 독점 연재 계약을 맺은 작가도 있었습니다. 웹소설 작가진은 레진코믹스에 계약 일방 파기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였으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았다는 작가는 없고 '계약 후 연재 준비 기간이라 실질적으로 플랫폼에 업로드된 작업물이 없어 시간과 체력만 날리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작가들의 이야기만이 SNS상에 계속해서 제보되었습니다.
작가들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레진코믹스는 회사에 항의하고 회사의 잘못을 비판하는 작가들을 리스트화하여 프로모션이나 광고에서 제외하였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받고 있으며, 회사 관련자가 소속 작가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렸다는 등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악의적으로 '작가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만협에서 이 상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http://www.ddaily.co.kr/news/article.html?no=162956 SNS에는 레진코믹스의 '작가 죽이기'에 대한 해시태그도 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된 사건은 따로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hm526/221156294140
레진코믹스에서 오랫동안 작품을 연재하셨던 한 작가님이 무려 2년간 제대로 된 해외 서비스 고료 및 정산 내역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레진코믹스는 작품 계약 때 국내 서비스 외에도 해외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함께 진행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해외 서비스 부분에 대한 계약을 거절할 시, 그 부분만큼 MG(최저고료)를 20~30% 차감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요. 심지어 해외 서비스에 대한 이익금 분배 비율은 (작가에 따라) 분기별 정산 9:1 ~ 8:2에 달합니다. 회사가 9이고, 작가가 1입니다.
그런데 해당 작가님의 이러한 폭로 이후, 해외 서비스 고료 및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는 작가들의 제보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레진코믹스 측은 2017년 12월 6일 '에이전시와의 정산 자료에 대한 전달이 원활하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입장 표명을 내놓았습니다.
https://t.co/J1VxyfnPG5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여 주십시오. 본래는 분기별로 정산해야 하는 해외 판매 수익금 또는 해외 고료에 대한 정산 내역이 2년이나 회사에 존재치 않고, 계약 작가 당사자가 원장부를 요청하여도 실제 연재 기간의 일부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원장부를 준비하는 데 며칠씩이나 걸리는 일이 정상입니까? 작가 한 명이 대낮에 건 전화를 응대하는 데 바빠서 회사 전체의 업무가 마비되었다는 회사의 변명이 정상적으로 이해되는 내용입니까? 직원이 몇 명 안 되는 영세 사업장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레진코믹스는 강남에 독채 사옥을 가지고 있고 백 명에 달하는 직원이 일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유료 웹툰 플랫폼입니다. 만약 회사의 해명대로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아 이익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정산이라도 제대로 되고, 실제로 매출이 나지 않았는지 어떤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라도 되었어야 할 일입니다. 레진코믹스가 서비스해서 돈을 벌고 있는 그 컨텐츠들은 작가들이 하루 열 시간 이상, 다른 직업을 포기하고 휴일도 없이 일해가면서 만든 것들이니까요. 그러나 투명한 해외 고료에 대한 투명한 정산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레진코믹스는 항의하는 작가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연락을 피하고, '스타트업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언론 보도를 냄으로써 지금까지 레진코믹스를 물의에 오르게 한 수많은 사건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회피해 왔습니다. 작가들은 프리랜서이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고, 회사와 직접 맞서 싸우기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장 고료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자신과 동료 작가들의 생계에 타격이 올 수 있어서 팬들에게 불매 요청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는 보이콧을 하더라도 작품 세이브를 위해 대가 없이 노동해야 합니다.
레진코믹스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최초의 유료 웹툰 플랫폼으로써 업계에 수많은 폐단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김으로써 작가들의 처우를 나빠지게 하고, 지금은 보호받을 곳 없는 프리랜서가 대다수인 웹툰 작가들의 작품을 인질로 잡아 제대로 된 고료 지급과 고료 정산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레진코믹스가 '지각비' 조항으로 작가들에게 부당하게 뜯어낸 회사의 이익금 및 제대로 정산하지 않고, 당장 장부조차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는 '해외 서비스 매출'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여 주십시오. 레진코믹스는 여러 국가 지원을 받아 문을 연 기업입니다. 문화, 예술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나랏돈을 투자받은 기업이, 그 기업 서비스의 핵심인 컨텐츠를 제작하는 작가들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공개토록 하여 주십시오.
국내 웹툰 시장은 계속해서 규모가 커지고 있고, IP컨텐츠에 대한 주목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컨텐츠를 직접 만들고 생산하는 작가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어시스턴트 한 명 쓸 수 없는 수준의 임금으로 살인적인 주 60 ~ 70컷 작화를 하고, 스토리를 뽑고, 플랫폼 및 에이전시와 연락을 주고받고, 본래는 편집부가 했어야 할 일(배너 편집 및 오탈자 교정)을 떠맡아 해서는 훌륭한 IP가 만들어지기 힘듭니다. 얼마 전 불법 웹툰 / 웹소설 사이트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안타깝게도 청와대 답변에 필요한 동의자 수를 채우지 못하고 끝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대한민국의 문화 산업과 예술인 처우 개선에 대한 사안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지원도 지원이지만 부디 업계 내 폐단을 먼저 바로잡아 주십시오. 창작자가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창작의 대가를 받고,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부당하게 잃지 않도록 엄정한 눈으로 감시하여 주십시오.
울면서 쓴 글입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